
평양의 건축과 도시구조에 대해 흥미롭게 관찰했다. 우선 196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이 우리보다 잘 살았지만, 현재 평양의 모습을 보면 삶의 활기보다는 통제된 사회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평양 건축의 두 가지 핵심 특징은 ‘1층에 상점이 없다’는 것과 ‘좌우 대칭 구조’이다. 이로 인해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나 일상적 이벤트가 없는, 매우 계획적이고 상징적인 공간만 존재하는 도시라는 인상을 준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컴퓨터 게임 속 도시’처럼 보이며, 인간적인 인터랙션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공간만 넓고 텅 비어있으며, 자동차나 사람 같은 일상적 요소가 현저히 적다. 김정일의 건축 예술론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평양의 건축은 정치적 이념을 강조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

또한, 북한의 경제 상황 상 전력과 물 부족으로 엘리베이터조차 작동하지 않는 고층건물들이 많으며, 결국 공간 자체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사례로, 양각도 호텔이나 고려호텔과 같은 건물에서 나타나는 통제된 환경은 더욱 상징적이다.
한편으로는 평양이 통일이나 개방 이후에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도시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빈 공간이 많고 통제된 공간이라는 점이 오히려 남한의 성수동처럼 창의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할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한다. 특히 대동강 일대는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볼 때 매우 매력적인 부동산 개발지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결론적으로 평양은 현재 소프트웨어가 없는 하드웨어만 존재하는 도시다. 만약 이 도시에 새로운 문화와 자유, 경제적 소프트웨어가 유입된다면, 10년 안에 지금과는 전혀 다른 활기차고 창의적인 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일이 된다면 지금 침체된 남한의 건설업도 엄청난 호황을 맞게 되지 않을까? 긴 호흡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건설주에 꾸준히 투자해봐도 좋을 듯 하다.